목차

제 5 장 결 론

21세기를 불과 몇년 앞둔 지금 우리나라는 무한경쟁의 세계체계안에서 정보화를 선취하면서 뒤늦게나마 사회복지를 선진화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의 급속한 후발 산업화과정에서와는 달리 질적으로 수준 높은 사회경제적 구성원리를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보화'(informatization)는 중화학공업화와 같은 산업구조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보화의 추진에 있어서 그것이 초래할 정보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 충분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보사회의 형성에 있어서 최대의 문제는 정보격차(information gap)의 문제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접근(universal access)이 보장될 때 완화될 수 있다. 보편적 접근의 보장은 경제적으로 정보통신망의 효율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약자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줌으로써 복지와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의 출발단계에서부터 정보화의 복지적 효과를 고려하고 각인해 넣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에 있어서 사회복지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원조라는 정도로만 이해되어 왔고, 이것조차 충분히 실행되어왔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사회 각 영역에 있어서 세계화·선진화를 추진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복지 역시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복지자원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오랜 세월에 걸친 시민사회에서의 논의와 사회운동 등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제도 및 정책을 정립해 온 선진국을 일거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정보화를 지렛대로 하여 사회복지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복지 선진화의 기풍과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에서는 첫째, '정보통신의 복지화'와 '사회복지의 정보화' 양자의 만남인 '복지정보통신'이 정보화 및 사회복지의 선진화에 대해 갖는 의의를 밝혀내고어 이것이 포괄하는 과제 영역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의 연구 및 정책 과제를 지적해보고, 둘째, '복지정보통신'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할 수 있는 국내외의 제반 정책기조, 주요 기관들의 활동 내지 프로그램, 관련 법률 등을 정리해보고 셋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긴요하고 또한 가능한 복지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을 시안적으로나마 구성해보고자 하였다.

제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복지정보통신' 개념은 아직 국내외적으로 거의 논의된 바 없는 신조어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정보화의 바람직한 방향이나 사회복지의 선진화를 위해서 의미있는 과제영역을 지적하는 유용한 개념으로 정립될 수 있다. 우선, 정보통신 영역에서 기술 발전에 따라 '보편적 서비스' 개념의 확장과 새로운 정책적 의제의 설정이 요구되는 바, 그 확장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강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즉 구체적으로 인지 및 표현 능력이나 그 조건에 상관 없이 발달된 정보통신망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기술설계적으로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좁게는 장애인, 보다 넓게는 전국민의 의사소통 및 사회참여 기회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는 의미에서 '정보통신의 복지화'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사회복지의 이념을 국가경쟁력 향상 요구 및 자율화 추세와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적 복지'와 '공동체적 복지'라는 새로운 이념적 지표의 설정이 필요한 바,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사회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사라져가고 있는 공동체적 유대와 그 복지지원기능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관계의 매개체·통로·場이 요구된다. 여기서 '사회복지의 정보화'는 보편적으로 접근가능한 정보통신망과 이 위에 세워질 가상적 공동체의 활력을 지렛대로 하여, 상대적으로 미흡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체계를 획기적으로 선진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의 복지화'와 '사회복지의 정보화'는 서로 다른 출발점과 고유영역을 갖고 있지만 상호의존하고 중첩되는 두 가지의 정책방향이다. 이 상호의존적 문제영역 내지 과제영역을 '복지정보통신'이라 개념화할 수 있는 바, 이는 정보화가 실제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고 사회복지가 선진화될 수 있는 기틀과 기풍을 마련하며 이 양자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면 '복지정보통신'의 과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인가? 그것은 첫째, 정보통신 단말기기 및 서비스의 보편적 설계 문제 둘째, 정보통신 단말기기 및 서비스의 가격보조 문제 셋째, 복지정보통신 서비스의 구성문제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대체로 특수 단말기기의 개발이나 '적응적 해결책(adaptive solution)', 그리고 네트워크환경을 고려함 없이 개별 단말기기 안에서의 독립적 해결방안(stand-alone approach)에 국한하여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네트워크환경을 고려한 범용 단말기기의 '보편적 설계' 접근방법이 보다 많이 연구되어야 하고, 특히 이를 위해 '접근성 표준'(accessibility standard)을 마련하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편적 서비스' 실현을 위한 기존의 가격보조정책에 덧붙여, '멀티미디어 통신중계서비스(telecommunication relay service)'나 기타 공공성이 큰 응용 서비스(원격진료, 원격교육, 원격근무 등) 등이 '보편적 서비스'의 영역에 포함되어지도록 하고, 또한 '보편적 접근'을 용이케 하는 기기 및 서비스 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이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세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자, 수혜자, 일반시민 등이 '가상적 공동체'를 구성하여 이것이 복지마인드를 형성하고 복지자원을 동원하며, 복지서비스가 유효하게 전달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제 3장에서는 '복지정보통신'으로 포괄할 수 있는 국내외의 정책 및 사업동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우선 국외동향은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통신기반구축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서비스의 내용 및 영역 확대에 대한 정책적 고려와 아울러 생산적 복지의 정보화차원에서 논의 또는 진행되고 있는 여러 수준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개괄해 보았다. 이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몇가지 주목할 만한 활동들에 대해서도 앞의 두가지 관점에 입각하여 분류를 시도해 보았다.

미국의 경우는 NII에 의한 고도정보통신서비스를 실현함에 있어 소득과 지역, 장애에 의한 접근장벽을 제거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설계하는 데 정책과 활동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것이 '확장된 보편적 서비스'의 내용이다. 또한 보편적 설계의 핵심은 장애인의 요구를 고려한 복합적인 정보표현양식을 제공해 사용자의 선택성을 높이는 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정책의 기조는 장애인법(ADA)에 의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며, 연방·주·지방정부 및 민간차원에서 장애인의 정보통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장애에 의한 정보통신 접근장벽을 해소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부각되어 있으며, NII가 국가정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만큼이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기관과 문헌, 그리고 매우 다양한 논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의 경우 EU차원에서는 미국처럼 현대적인 보편적 서비스나 설계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활발한 논의를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몇가지 프로젝트와 각국의 시책 및 서비스 등에서 내용상으로 이에 포괄될 수 있는 구체적인 흐름을 엿볼 수는 있었다. 유럽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논쟁은 규제완화에 따른 새로운 통신시장환경에서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방법에 대한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며, 오히려 사회복지계의 필요에 의한 정보기술의 실험적 응용이 복지가 발달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같다.

일본은 고령인구의 증가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새로운 정보통신기반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로의 평등한 접근이 '새로운 기본인권', '새로운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편적 접근이나 이를 위한 기술적 설계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논쟁도 유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제공방식이나 요금체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사회전반의 정보화와 복지의 수준이 미흡한 탓으로 정보통신이나 복지계에서 두드러지는 정책이나 활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진행중인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사업이나 정보화 추진계획에서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선언적인 차원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논의나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다만 복지계에서 몇가지 주목할 만한 활동이 추진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장에서 언급했듯이 정보화와 복지의 선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복지정보통신이 갖는 함의는 매우 큰 것이다. 장차 조직적 주체의 확립 및 사회적 합의도출과 실제 사업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프로그램들이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제 4장에서는 현시점에서 긴요하고 당장이라도 구성가능한 복지정보통신서비스망을 시안적으로 제시하였다. 우선 복지정보화의 실질적 필요성과 효과를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정보화와 민간자원 동원체계의 정보화의 두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어서 현단계에서 가능한 복지정보통신서비스망(가칭 '국민복지종합정보시스템')의 구성방안을 제안했으며, 마지막 보론에서는 이를 위한 기반으로서 복지정보통신 운용인력의 양성방법에 대해 고찰하였다.

먼저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정보화는 첫째, 복지서비스정보 통합창구의 필요성 둘째,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에 의한 'Case Management'시스템의 구축 셋째, 온라인 상담의 필요성 넷째, 복지행정의 정보화와 복지자원의 효율적 관리체계의 구축 등의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며, 복지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려는 필요성에서 제기되는 문제이다.

민간자원 동원체계의 정보화는 2장에서 언급했듯이 민간의 잠재적 복지자원을 발굴·개발·활용·관리하여 '공동체적 복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복지정보화의 전제가 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여기서는 첫째, 시민참여의 필요성 둘째, 이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의 내용구성 셋째, 복지정보 이용활성화를 위한 시민의 역할 넷째, 공동체의 복지기능 복원·강화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4장의 2절에서 제안한 복지정보통신서비스망은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가능한 시스템의 구성방안이다. 가칭 '국민복지종합정보시스템'은 음성 및 팩스 자동응답서비스, 무인복지상담소, 응급콜 모니터링 및 응급기관과의 연계서비스, 농맹인을 위한 중계서비스(Relay Service), 국민복지 전자도서관 그리고 이러한 5가지 서비스를 통합관리하는 Host로 구성된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본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보론으로 언급한 복지정보통신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방안에서는 두가지(가상복지대학과 산학협동 전문포럼)를 아이디어수준에서 제시했는데, 장차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과 현실적인 실행방안이 여러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본 연구에서는 '복지정보통신' 개념과 그 필요성 및 문제영역들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이에 포괄될 수 있는 국내외의 제반 정책 및 활동 현황을 살펴 본 후, 마지막으로 시안적이나마 복지정보통신 서비스망의 구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본 연구는 시론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본격적인 연구와 정책수립을 위해, 논의의 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례를 제시해보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여기에서 제시된 구체적 논제 내지 과제들과 실례에 대해 보다 진전된 연구와 과제설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