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장애인의 정보화 환경 및 이용 현황

제1절 보편적 서비스 제도의 발달

1. 보편적 서비스 개념의 확장

보편적 서비스는 가능한 한 모든 국민이 합리적인 요금으로 공공부문의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19세기말 철도사업 등 교통부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주로 통신부문에서 사용되어 왔다. 통신부문에서의 보편적 서비스는 1908년 당시 AT&T의 사장이었던 베일(Theodore Vail)이 AT&T 연차보고서에서 "하나의 정책, 하나의 시스템, 보편적 서비스(One Policy, One System, Universal Service)"라는 말을 사용한데서 유래하였다. 베일은 광범위하게 상호접속된 시스템이 보다 많은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단일 표준 하에서 단일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 베일에게 있어서 '보편적'이라는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라는 가입자를 염두에 둔 개념이라기보다는 모든 지역 또는 모든 장소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동시에 여기에서의 보편적 서비스는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벨 시스템(Bell System)의 전화에 대한 독점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었다(Hayashi & Tagawa, 1995). 이렇게 시작된 보편적 서비스 개념은 1934년에 제정된 미국의 통신법(Communication Act)에서 구체화되었다. 통신법 제정의 취지를 '보편적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이라고 규정하였으며, 전화의 보편적 서비스 목표를 합리적인 요금으로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전화서비스와 함께 발달해 온 보편적 서비스는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1) 원하는 모든 곳까지 공중전화망을 연결해주고, (2) 기본음성서비스에 대하여 이용구간·이용량 등에 따른 가격차별을 배제하되, 특히 시내통화료를 값싸게 유지하며, (3) 저소득층에 대해 전화기 및 전화서비스의 가격을 보조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전형적으로 '규제하의 독점'에 기초한 '내부상호보조' 체제가 형성되어 왔다(김기훈 외, 1995: 6).

한편 보편적 서비스라는 규범적 이념은 통신산업이 갖고 있는 경제적 특성, 즉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y)를 전제로 하고 있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란 망의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망의 가치와 망 사용자의 효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보통신산업은 수요 면에서의 상호의존성과 공급 면에서의 규모의 경제 등 수급 양면에서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갖는 산업이다. 물론 가입자 수가 일정 수준으로 증가하면 네트워크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서 네트워크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한계용량이 있다. 그 한계점에 도달하면 네트워크의 능력을 확장시키거나 추가적인 네트워크 도입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확장된 네트워크는 또다시 사용자를 증가시킨다. 즉, 네트워크 중심의 산업은 일종의 분배가 성장과 동시에 진행되는 특징을 지닌다(홍필기 외, 1995 : 14). 따라서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은 정보통신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층을 증가시켜 관련 산업의 시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즉 보편적 서비스는 복지의 향상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경제합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화의 보급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독점체제 하에서 유지시켜오던 보편적 서비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의 다양화와 국가정보기반구조로서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은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보편적 서비스 개념을 확장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확장'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 의미는 보편적 서비스 수혜자의 확장이고, 두 번째 의미는 전화 이외의 최신 정보통신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 대상에 추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존의 보편적 서비스 정책이 '규제하의 독점' 상황을 전제로 운영되는데 반하여 이제는 다수 사업자간의 경쟁 상황에 맞도록 정책을 재조정하여야 한다는 의미의 확장이다. 세 번째 의미의 확장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주제이므로 여기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미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확장된 개념의 보편적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편적 설계'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편적 설계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나 특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기, 서비스,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보편적 설계는 장애인,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더욱 편리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정보들은 대부분 시각적 양식이나 청각적 양식 중 하나의 양식으로 표현되어졌기 때문에 시청각장애가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각종 정보 기기 및 서비스들이 시각적 양식과 청각적 양식을 동시에 수용하게 되면 시청각장애인들이 선택적으로 정보를 활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명, 소음, 피로감 등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적절한 양식을 선택하여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둘째, 가격보조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보편적 서비스 제도는 가격보조라는 경제정책적 수단을 이용하여 지역과 소득간의 격차를 해소하여 왔다. 그러나 정보통신서비스가 고도화됨에 따라 점차 기존의 가격보조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즉 가격보조의 대상을 확대하고 보조의 강도를 강화시켜야 한다. 정보사회에서는 전화뿐만 아니라 PC통신이나 인터넷도 아주 기본적인 정보통신서비스가 되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전화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은 인터넷의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예컨대 최근 각 학교에서 키드넷 운동, 열린학교 사업 등 교육정보화의 일환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지만 통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제대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은 장애유형에 따라서 특수 기기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기 구입비용이 증가하며, 일반인보다 동일한 정보를 읽고 입력하는 시간이 길어서 이용요금도 올라간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 구입과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에 대한 가격보조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 이용을 위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기존의 보편적 서비스는 전화를 대상으로 하였고, 전화는 사용법이 단순하여 교육이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의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교육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정보사회에서는 동일한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받더라도 정보 이용 능력에 따라 정보활용 정도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인, 농어촌주민 등 잠재적인 정보빈자들은 일반적으로 교육부문에서도 소외되고 있으며, 사회활동의 영역이 한정되어서 일상생활을 통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식을 얻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따라서 확장된 보편적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정보 이용 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적합한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강사, 공간 등이 확보되어야 하며,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2. 미국의 보편적 서비스 발달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된 법·정책은 장애인복지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각 분야별로 법·정책이 시행된 순서에 따라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

가. 장애인복지 분야

1920년에 제정된 국가직업재활법(National Vocational Rehabilitation Act of 1920)이 1973년 재활법(Rehabilitation Act of 1973)으로 개정되었다. 이 법의 제1장에서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필요한 보장구를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보장구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10,000 이내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구매비용의 일부를 장애인이 부담하기도 한다. 이러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은 기금에 의해서 운영되는데, 기금의 78.7%를 연방정부에서, 21.3%는 주정부에서 조달한다. 단, 연방정부의 기금을 받기 위해서 주정부는 3개년 계획을 제출하여야 한다(KACIL, 1996). 1992년에 재활법은 수정되었는데, 508조 '전자 및 정보기술 접근 조항(Electronic and Information technology Accessibility)'에서는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들이 데이터베이스, 정보서비스, 전자우편 등의 정보통신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하는데 필요한 지침개발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장애인의 통신접근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장애인통신법(Telecommunications for the Disabled Act)이 제정되고 나서부터이다(김기훈 외, 1995 : 24). 동 법에서는 공공시설이나 기타 긴급통화가 요구되는 장소에 설치되는 전화기들은 보청기 이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88년의 보청기호환법(Hearing Aid Compatibility Act)에서 보다 확장되었는데, 그 내용은 미국에서 제조되거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전화기가 보청기와 호환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1988년 일명 "Tech Act"로 불리우는 장애인보조기술법(Technology-Related

Assitance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장애인의 삶에 보조기술(Assistive Technology)과 보조기술 서비스(Assistive Technology Service)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법에서는 보조기술을 "장애인의 기술적 능력을 증대, 유지, 향상시키는 모든 물품, 장비, 생산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그러한 보조기술에는 표준화된 제품, 그것을 개조한 제품, 개별적으로 맞추어진 제품 모두가 해당된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보조기술 서비스는 "장애인이 보장구(Assistive Technology Device)를 선택, 획득, 이용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든 서비스"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여 정보통신과 관련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들이 보조기술과 보조기술 서비스에 포함되었다. 이 법은 1994년에 개정되어 여러 가지 내용들이 추가되었다(KACIL, 1996).

한편 Tech Act는 기금(Discretionary Fund)을 조성하여 주정부의 활동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즉 주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이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에 기초하여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기금 및 지원금은 국립장애재활연구원(National Institute on Disability Research and Rehabilitation, NIDRR)이 관리한다. 국립장애재활연구원은 모든 연령층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장구 및 보조 서비스 접근을 촉진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조정하는데 이 기금을 집행한다. 한 주에서는 이 기금을 최대한 10년까지 받을 수 있는데, 현재 50개 주가 모두 이 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이 기금에 의하여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통신기기 및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그러한 제품이 장애인에게 무료 또는 저가로 보급되고 있다.

장애인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y Education Act, IDEA) B부분(Part B)은 장애학생이 보다 독립적,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보장구를 지역교육청(Local School District)에서 책임지고 무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한 비용은 주정부, 연방정부, 지역의 기금을 혼용하여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보장구의 필요성 여부는 교사, 학부모, 장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개별화교육팀(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Team)에서 결정한다. 학교는 보장구를 구매하고, 장애학생에게 사용법 교육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컴퓨터, 각종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헤드 포인터(Head Pointer)와 같은 특수입력장치, 음성인식장치, 터치 윈도우(Touch Window), 화면 읽기 프로그램(Screen Reader),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제공된다. 단, 보장구의 소유권은 학교에 귀속되기 때문에 장애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사용하던 보장구들을 반납하여야 한다(KACIL, 1996).

1990년에 제정된 미국장애인법(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of 1990)은 장애인의 민권보장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 전 세계 장애인복지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장애인법은 전체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고용'에서 15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모든 기업에서는 작업환경·작업절차 등에 있어서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배려(resonable accommodation)'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특히 정보통신과 관련해서는 teletypewriter(TTY)를 비롯한 특수전화기들을 설치·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2장 '공공서비스'에서는 장애를 가진 공공기관의 종사자 및 민원인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조 기기(TTY 등)와 중계서비스(Relay Service)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3장 '공공시설'에서는 호텔, 식장, 상점 등의 공공시설에서 TTY 등의 보조기기와 중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였다. 제4장 '통신'에서 기간통신사업자는 1993년 7월 26일까지 통신중계서비스(Telecommunication Relay Service)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즉 무선 혹은 유선으로 기간통신사업을 하는 모든 통신회사들은 청각장애나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통신중계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청각 또는 언어장애인을 위한 특수기기(Telecommunication Devices for the Deaf)나 기타 비음성 단말기기를 사용하여 일반인이 음성통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또한 통신중계서비스가 매일 24시간 운용되며, 요금도 일반 전화요금에 비해 비싸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나 그와 관련된 기관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는 공공서비스의 텔레비전 방송물은 음성내용을 폐쇄자막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김기훈 외, 1995 : 25∼26).

그밖에도 사회보장 및 의료 관련 제도에서도 장애인의 보장구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나. 정보통신 분야

1988년 통신접근증진법(Telecommunications Accessibility Enhancement Act)에서는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통신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하여 행정자치부(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는 통신중계서비스를 구축하였으며,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와 공동으로 청각 및 언어장애인용 통신기기의 개발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게 되었다. 1990년에 제정된 텔레비젼 자막방송법(Television Decoder Circuitry Act)은 13인치 이상의 텔레비젼에는 폐쇄자막을 인식할 수 있도록 디코더칩(Decoder Chip)을 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1996년에 개정된 통신법에서 재규정되었다.

한편 미국은 정보통신분야를 경제의 경쟁력 회복의 핵심수단으로 인식하고, 전국을 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국가정보기반(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993년 9월에 발표된 '국가정보기반 구축을 위한 행동지침(NII: Agenda for Action)'에는 보편적 서비스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국가정보기반을 "모든 미국인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곳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 기반"이라고 정의하였으며, 국가정보기반의 9대 목표 중의 하나로 보편적 서비스가 포함되었다. 동년 12월 위의 9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가지 원칙이 제시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로 '정보의 빈부차를 방지하기 위한 보편적 서비스의 확보 촉진'이 포함되었다.

또한 미국은 국가행정평가위원회(National Performance Review)를 통하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창출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정보기술서비스(Government Information Technology Service) 작업반이 구성되었는데, 이 작업반은 1997년 2월에 중간보고서 '미국의 전자정부를 향한 도정(Access America)'을 작성하였다. 이 중간보고서는 국가행정평가위원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장애인들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기본적으로 정보통신 제품을 개발할 때는 보편적 설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장치를 개발·지원하며, 이러한 장치들을 일반적으로 쉽게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가정보기반 구축은 미국 정보화의 기본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1934년에 제정된 통신법을 1996년에 전면 개정하게 되었다. 1996년에 개정된 통신법은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다. 제254조에서는 보편적 서비스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연방통신위원회가 주기적으로 보편적 서비스의 정의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보편적 서비스 대상을 (1) 교육, 공공의료, 안전에 필수적인 서비스 (2) 시장 기능에 의해 가정용 고객의 상당수에 의해 가입되어 왔던 서비스 (3)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해 공중통신망에 채용되어 왔던 서비스 (4) 공공의 이익, 편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로 명시하였다. 제255조에서는 정보통신장비 제조업자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업자가 장애인의 정보통신서비스 접속을 위한 보편적 설계를 보증해야 하며, 동 법의 시행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접근성위원회는 연방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전기통신설비의 접근성 지침(accessibility guideline)을 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713조에서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비디오 이용을 위한 자막 삽입과 비디오 상황 설명(video descriptions)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03조와 제330조에서는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13인치 이상의 모든 텔레비전은 페쇄자막을 인식할 수 있는 회로를 부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제251조, 제256조, 제706조 등에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규정들을 명시하고 있다.

3. 국내의 보편적 서비스 발달

가. 장애인복지 분야

보편적 서비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복지 관련 법에는 1981년 6월에 제정된 한국 최초의 장애인복지에 관한 종합적인 법률인 '심신장애자복지법', 1989년 12월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전면 개정한 '장애인복지법', 1991년에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 1997년 4월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 있다. 법이 제정된 순서대로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심신장애자복지법은 제13조 '편의시설'에 아주 제한적으로나마 통신과 관련된 규정을 일부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상적으로만 언급해 놓았을 뿐이기 때문에 법의 적용과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후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심신장애자복지법의 편의시설 관련 규정과 유사한 규정을 포함하였으며, 방송에 관한 규정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장애인복지법시행령에는 해당 통신시설로서 장애인전용공중전화를 명시하였고, 1995년 1월 1일자 보건복지부령 제1호 '장애인편의시설및설비의설치기준에관한규칙'에서 '편의시설의 세부설치기준과 대상시설'로 장애인용 공중전화대와 우체통을 규정하였다. 장애인편의시설및설비의설치기준에관한규칙에 의하면 장애인용 공중전화대는 휠체어 사용자와 지팡이, 클러치 사용자 등을 위한 것으로, 공중전화대의 높이와 공간확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시각장애인용 점자표시 전화기, 청각장애인용 음량증폭장치, 보청기 호환성 전화기, 골도전화기 등도 필요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중전화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의 제정으로 장애인복지법의 통신 관련 항목이 삭제되어, 현재 장애인복지법에는 방송에 관한 일부 규정만이 남게 되었다.

제35조 '수화 및 자막'에 관한 규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뉴스, 국가적 주요 사업의 중계 등 방송 프로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또는 자막을 방영할 것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방송국의 장이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상당히 제한적인 규정이다. 따라서 현재 방송국에서는 '장애인의 날'의 특집 방송물과 같이 장애인과 관련된 방송물에 한하여 수화 및 자막을 넣고 있을 뿐, 긴급 속보나 중요한 뉴스 등의 경우에는 수화 및 자막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제23조 '보장구 교부'에 관한 규정에서 보장구의 구입이나 수리비용의 부담이 곤란한 장애인의 신청이 있을 때 복지실시기관이 그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義肢·보조기·휠체어·보청기·點板 및 點筆만을 보장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기기 및 소프트웨어는 보장구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PC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도 장애인복지법 제16조 '경제적 부담의 경감'에 의거하여 장애인들은 전화, PC통신 등 정보통신 이용요금 감면·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 이용요금의 감면·할인은 근본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 '요금의 감면' 규정에 의거한 것으로 판단되어 정보통신 관련 법·정책 부분에서 자세히 검토해 보고자 한다.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 제49조에서는 이 법에 의하여 마련된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업주의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시설·장비의 설치·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융자·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근거하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는 사업주가 점자프린터 등 장애인고용에 필요한 장비 구매시 장애인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제품 가격의 2/3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우선 구매한 후 사후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영세한 사업주에게는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1997년 4월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에서는 '정보에의 접근권 보장' 등 장애인과 관련된 정보통신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은 제1조 '목적'에서부터 시설 및 설비의 이용과 정보에의 접근이 사회활동과 복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제4조 '접근권'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것이 필수적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 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편의시설 중의 하나로 '통신시설'을 규정하였다. 여기에서의 통신시설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거한 전기통신설비와 우편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우편물 등 통신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시설로 정의되며, 구체적으로는 공중전화와 우체통만이 해당된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은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에 새로운 장을 열기는 하였지만, 이 법률의 의의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왜냐하면 통신시설의 대상이 장애인복지법에서와 똑같이 정의되었기 때문에 정보통신 측면에서는 거의 발전된 것이 없으며, 이 법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 - 예를 들면 통신중계서비스, 접근성 지침개발 등 - 은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 정보약자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투자하여 모든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 법의 시행령의 내용이 채워지기를 기대하여 본다.

결론적으로 국내의 현행 장애인복지 관련 법에는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된 강제 조항이 없으며, 단지 방송 자막에 대해서 제한적인 조항과 경제적 부담의 경감 조항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정보통신 분야

정보통신서비스는 기본 정보통신서비스와 고도 정보통신서비스로 구분되어 질 수 있으며, 현행 국내의 법과 제도도 이 구분에 의하여 이분화되어 있다(한국전산원, 1996 : 702). 기본 정보통신서비스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온 서비스들로 전화, 팩스, 텔렉스 등이 포함되며, 전기통신기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등 전기통신 관련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도 정보통신서비스는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이동전화 등 최근 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서비스들이 포함되는데, 정보화촉진기본법과 전산망보급확장과이용촉진에관한법률 등이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법이다.

현재 국내의 전기통신 관련 법·제도에는 보편적 서비스에 관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이제까지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전화를 중심으로 하는 통신서비스에 대해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는 통신서비스가 공공서비스의 하나로 간주되고 한국통신에 의하여 거의 독점체제로 운영되면서, 자연스럽게 보편적 서비스 정책도 시행하여 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도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법과 제도에서는 기본원칙의 하나로서 보편적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국가정보기반구조로서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이 사회·경제발전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보사회에서 정보불평등이라는 역기능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추상적인 수준의 선언에 머무르고 있을 뿐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제 기본 정보통신서비스와 고도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법·제도에서 보편적 서비스 부분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1983년에 제정된 전기통신기본법은 기본 정보통신정책의 골격을 정하는 법인데, 제11조 '공중통신역무의 요금'에서 국민이 편리하고 다양한 공중통신역무를 공평·저렴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요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와 관련된 최소한의 규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1991년 전문 개정된 전기통신기본법에서는 이 규정을 제3조 제3항에서 찾을 수 있으며, 제29조 제3항 1호와 5호도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1991년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 제65조 제2항 2호와 동 법 시행령 제10조 6호에서 사회복지증진을 위한 요금 감면과 통신시설 확충에 관련된 규정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요금의 감면 조항에 의거하여 정보통신 서비스 요금 할인 및 감면이 시행되고 있다(표 4-1 참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 부분은 장애인복지법의 경제적 부담의 경감 조항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관련 법률과 장애인복지 관련 법률 모두 가격보조에 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매우 추상적이다. 또한 실제 시행되는 각종 할인·감면 제도의 상당 부분도 장애인의 필요에 대한 조사에 기반한 것이 아니어서 미흡한 면이 많다. 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에게 전화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표 4-1> 장애인 대상 정보통신 이용요금 감면·할인제도 현황

구분

내용

시행일

일반전화

- 시내외 통화료 50% 감면

- 시외통화료는 월 20,000원 한도 내에서 할인

'97. 4. 1

이동전화

- 가입비 270,000원 중 70,000원 감면

- 기본료 30% 할인(월 6,300원)

'96. 2

'97. 4. 1

무선호출기

- 기본사용료 20% 할인

'96. 6

팩스

- 농아인 관련시설에 대하여 장애인 팩스용 전화회선 1회선에 한하여 50% 할인

'97. 4. 1

PC통신

- 하이텔 : 기본정보이용료 50% 할인(월 5,500원)

- 천리안 : 가입비 면제, 기본 및 부가정보이용료 30% 할인

- 나우누리 : 기본요금 50% 할인(월 5,500원)

- 유니텔 : 기본이용료 50% 할인(월 5,500원)

114안내전화

- 전액 면제('97. 1 유료화)

'97. 1

지금도 장애인을 위한 통신요금 할인 혜택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통신요금의 부담 때문에 정보통신서비스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지역간 정보화 격차가 크고, 상당수의 정보통신서비스는 서울에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시외전화요금을 포함한 통신요금이 더욱 부담스럽다. 장애인에게는 정보통신서비스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일반인에 비하여 입출력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다른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일반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장애인의 관점에서 통신요금의 보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도 정보통신서비스와 관련된 보편적 서비스는 정보화정책에서 중요한 원칙의 하나로 계속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1995년 3월에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계획'을 확정하여 우리 나라 전역을 초고속망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의 목표에는 '보편적 정보통신서비스의 구현'이 명시되어 있으며, 그 하위 항목에 '원격교육, 원격진료, 재택근무 등 인간중심의 정보사회 실현으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서 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체계화하여 일관된 정보화정책을 추진하고자 1995년 8월에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하였는데, 제3조 정보통신시책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보편적 서비스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적·경제적 차별만을 고려하고 있을 뿐 이용능력에 의한 차별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아직은 확장되지 못한 보편적 서비스 개념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996년 10월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정보화추진확대회의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화전략'을 발표하였다. 정보화전략은 5대 목표, 5대 원칙, 6대 정책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 부분에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5대 목표 중 첫째 목표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가 협력하는 열린 사회'로 설정하고, 정보를 가진 자와 정보를 못 가진 자의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국민들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차별 없이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정보접근에 있어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5대 원칙에도 보편적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정부와 민간은 국민의 기본적인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을 연령, 지역, 소득, 기타 여건과 무관한 국민의 기본권리로 간주하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보편적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즉 정보화전략에서는 지역과 소득 뿐만 아니라 연령과 기타 여건을 포함하여 보편적 서비스를 정의함으로써 정보화촉진기본법보다는 보다 확장된 보편적 서비스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 여전히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1997년도 주요업무계획'에서 경쟁환경에 적합한 보편적 서비스 제도의 정립과 장애인, 고령인, 저소득층 등 정보소외계층의 정보통신 이용 여건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복지정보통신시책을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접근성 지침'을 작성하여 정보통신제품과 서비스에 보편적 설계가 반영되도록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지침이 권고 수준에서 작성되어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나 정보통신 관련 법·정책에서 정보이용 교육에 관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장애인의 교육은 특수교육진흥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정보이용 교육에 관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교육이 전혀 실시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제도의 미비로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정보이용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현재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정보이용 교육의 대부분이 일반적인 PC를 가지고 경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한국전산원, 1997 : 489). 때문에 보다 정보통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청각장애인, 중증장애인들은 교육에서 제외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인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보이용 교육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