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서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PC와 스캐너를 이용하여 책을 읽고, PC통신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청각장애인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여 전화를 하고, TV의 소리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장애인계 종사자, 정보통신기술자, 정책입안자들조차 잘 모른다. 이러한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정보사회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 단지 장애인계의 극소수 사람들에 의하여 장애인복지와 정보통신기술의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장애인과 정보통신기술의 접목은 그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정보통신기술이 장애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용 정보통신제품 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을 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것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여러 각도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복지차원에서도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시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장애인계의 자생적인 노력과 선진국의 영향은 우리 나라에서도 장애인복지와 정보통신기술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가시화시키고 있다.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원격특수교육시스템, 원격사회복지시스템, 가상재활센터 등 초고속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고, 장애학생을 위한 재택수업 계획안이 마련되었다. 민간부문에서도 PC통신, 인터넷, 사설 전자게시판을 이용하여 장애인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PC통신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수도 10,000명을 넘어섰다.
이제는 우리도 장애인의 정보화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그것은 장애인복지뿐만 아니라 정보불평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과 비교하여 저조한 편이다. 동시에 장애인 내에서도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없는 장애인과의 양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불평등 현상은 정보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조건에 기인한다. 첫번째 필수조건은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신체적인 이용능력이 있거나 그 능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두번째 필수조건은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뎀과 같은 기기를 구입해야 하며, 통신료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번째 필수조건은 컴퓨터와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와 같은 필수조건이 충족될 지라도 PC의 성능, 개인의 이용 능력, 이용 요금의 부담 정도 등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한다. 특히 장애인은 교육과 직업에 대한 기회가 제한되어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정보화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며,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즉 장애인들은 정보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정보빈자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장애인복지 향상에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와 더불어, 정보통신기술이 현재 우리 나라의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나라 장애인 정보화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하여 제2장에서는 장애인과 장애인복지를 체계적으로 개념화하고, 제3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이 장애인복지에 활용되고 있는 현황과 가능성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장애인의 정보화 환경과 이용 현황을 제도적인 측면, 기기 및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 장애인의 PC통신 이용 측면에서 분석해 보겠다. 제5장에서는 현재 장애인복지에 활용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중 대표적인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정보통신의 발달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결론부분인 제6장에서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고, 정보통신기술이 장애인의 복지향상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