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정보원 동문 뉴스그룹
2002. 11. 2 한덕연
눈물로 보낸 경비원 아저씨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이 아파트 경비실을 지키고 있었다. 교대로 근무하던 두 사람 중 어느 한 분이 떠나간 듯하여 물어보았더니, 우려했던 대로 박씨가 새로운 직장을 얻어 갔단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사인지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만은 없을 거라고 염려했는데 아쉬웠다.
인사도 없이 황급히 떠나야 했을까? 전화라도 한번 해볼까 하던 차에 그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아는 분의 소개로 어떤 기업체 회장 승용차 기사로 일하게 됐다고 미안해 하면서 그동안의 협조에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 아파트에 왔을 때부터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았다. 주민이 부탁하기 전에 먼저 봉사하기 위해 나서는 그런 사람이었다. 입주민을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운동도 된다며 늘 무언가를 했다.
화분을 내다 놓으면 분갈이·가지치기 등을 알아서 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즐겨 타는 자전거 뒷정리와 수리는 물론 그들의 다정한 친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비실 앞에 세워둔 승용차가 더러우면 누구것 가리지 않고 닦아줄 정도로 부지런함과 친절이 몸에 밴 우리 모두의 식구 같은 사람이었다.
화단주변을 온통 화분으로 단장하여 갖가지 꽃들로 한바탕 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꼬마 화분들을 만들어 원하는 가정에 나눠주기도 해 주민들의 칭송을 샀다.
이런 박씨의 성실함과 재주에 반해 사업체를 가진 몇몇 주민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일부 주민만을 위해 그만둘 수는 없다며 그동안 버티어 왔는데, 이번에는 피치못할 요청이 있어 사정이 좀 달랐던 것 같았다.
그가 떠난다는 소식에 우리 통로 주민들은 마치 정든 가족이 떠나가는 것처럼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동안 그의 사랑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까지 했던 꼬마들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지말라고 졸라대 보는 이들의 콧등을 시큰거리게 했다.
成炳照 수필가·대구시 수성구 (조선일보 독자칼럼 2002.10.31)
경비원 복지, 경비원 사회복지사
참 고마운 경비원 아저씨입니다.
맡은 일에 성실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신 분입니다.
아파트 경비원원의 일을 통해 복지를 구현하는 사례, 즉 경비원 복지, welfare-embedded 경비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분이 지역의 사회복지 자원체계를 잘 알고 또 몇가지 간단한 복지 프로그램, 집단지도 기술이나 상담기술을 알고 계셨다면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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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만약 사회복지를 전공하셨다면 그 활동의 내용과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
보통의 직업을 가지고서 자신의 본업에 근실할 뿐 아니라 나아가 남을 돕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 전문지식과 가치, 기술, 자원을 적용하여 개입하는 사람, 자비량 사회복지사 !
아파트 경비원으로 활동하는 자비량 사회복지사를 그려봅니다.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 중이고, 나 또한 회사일이 밤8시가 넘어야 끝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때에 조퇴하는 것은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일, 내일 하며 미루다가 드디어 공룡 전시회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기대감이 달아 오를대로 오른 아이의 조름도 점점 거세졌습니다. 끝내는, 아침에 회사에 나가려는데 아이가 "나 오늘 안 데려가면 밥 안 먹을 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시회는6시에 끝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8시가 넘어 전시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경비원은 미안하다 말하시며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꼬마야, 공룡을 보려면 내일 밝을 때 와야 해."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목소리였습니다. 아들은 울먹이는 얼굴로 "울 엄마가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울 아빠는 돈 벌러 갔는데 못온대요"라고 말하였습니다.
경비원은 나와 아들을 번갈아 보더니, 잠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말없이 손전등으로 따라 오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잠시 후, 그는 한 손으로 아들의 손을 잡고는 공룡 전시장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아닙니까? 작은 손전등 아래로 공룡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와~" 아들은 경비원과 나란히 걸으면서 탄성을 질렀습니다.
"티라노사우르스렉스, 파키케팔로우루스, 사우롤로푸스, 유오프로케파루스"나는 처음 들어보는 공룡의 이름을, 아들은 그 희미한 불빛 아래서도 척척 맞춰댔습니다. 경비원은 아들이 서서 공룡을 보고 있으면 말없이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오랫동안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들은 그 넓은 전시장을 팔짝팔짝 뛰어 다니며 좋아했습니다. 나이 많은 경비원 아저씨는 그런 아들을 미소로 바라보며 말없이 한시간도 넘게 이리저리 돌며 우리만을 위한 전시회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시장을 나오는 길에 나는 호주머니에 있던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뭔가 성의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경비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내일 낮 시간에 다시 보러 오십시오" 돌아 오는 길에 아들은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나는 그런 아들을 등에 업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했습니다. "밤이라 잘 못 보았지만 고마우신 아저씨로구나!" "엄마, 아저씨 말대로 또 오는거죠?"
아들 녀석은 신이나서 이야기 했지만, 사실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작정입니다.
설령 시간이 난다해도 말입니다. 어두침침한 손전등 불빛이라서 공룡의 어딘가를
못 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낮에 다시 오는 것은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낮이 좋아도 오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본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낮은 울타리, 2001년 6월호 중)
주일, 또는 평일에 우리 교회를 힘들게 찾아오는 새가족, 혹은 방문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교역자, 교회직원, 그리고 교인들이 그 공룡 전시회 경비원같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글을 읽었답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구 무회 아파트 경비원의 이야기
-그래서 주민은 즐겁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열심히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내 일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로 서로가 서로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웃. 집단거주지로 생활편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어느 이웃보다 가까우면서도 정말 먼 이웃이다.언젠가 아파트 이웃끼리의 인사를 권유하는 매체의 홍보도 있었지만 아직도 아파트의 이웃사람들은 마음과 스치는 얼굴에도 그저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육중한 콘크리트에 굳게 닫힌 철문의 주거환경에서 모두의 마음을 차갑게
한 탓일지도 모른다.이러한 주거환경 속에서 정말 아름다운 마음으로 주민을
위해 즐거움과 따뜻한 마음을 주는 아파트 사람이 있다.
아파트 경비원 구무회(65) 씨다.
요즘, 겨울의 문턱에서 앙상한 정원수마저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지만 이 아파트 입구엔 국화의 만발로 이러한 주민들의 마음을 즐겁고 따뜻하게 해준다.
"주민여러분이 즐거워하신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이곳으로 일자리를 옮긴 후 한 3년 정원을 가꾸다보니 이제 남들이 꽃동네라 불러요." 틈틈이 한가한 시간에 이곳저곳에서 구해온 꽃 한 뿌리 씨앗하나라도 정성으로 심고 가꾸어 왔다는 구 씨. "주거지에 접한 노는 땅을 그대로 두면 쓰레기만 쌓일 뿐 미관상도 안 좋고 아름다운 주거 환경에서 나의 손자 같은 어린이들이 착한 마음을 배운다면 그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라며 어린이 같은 웃음을 보인다.
구 씨 자신도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곳이 직장이라 기 보다 내 집 같은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라도 정성으로 다듬고 보살핀단다.
아직 꽃동네라 칭하는 이곳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이 아파트 사이문을 들어서면 이름모를 수많은 색색국화들이 향과 멋을 자랑하며 이곳주민인 주인을 맞이한다.
타 동 주민들이 부러워하는 화제의 아파트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소재 W아파트.
"정말 우리아파트에 자랑스러운 어른입니다. 경비라는 직책으로 채용되었지만 자기 집처럼 애착을 갖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분입니다.내년에는 우리 아파트 단지를 꽃동네로 만들려고 구씨와 논의도 하고 있답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조희덕 관리소장은 구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꽃뜨락 정원가꾸기는 물론 어린이들의 장난감, 자전거까지도 손수 고쳐주고
재활용품도 수집 필요한 이웃에게 주기도 한단다.
고향이 대구인 구 씨는 왜관 금산공단에서 S회사의 상무까지 근무한 경력도
있지만 이제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시골 할아버지의 자상함이 이제 몸에 배인
듯하다.
듬직한 경비 아저씨요 자상한 할아버지로써 이곳 주민들의 마음에 이미 한 가족이 되어버린 구 씨.
「꽃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어쩌면 삼엄한 경비보다 구 씨가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국화향기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의 마음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구 씨처럼 꽃을 사랑하는 아파트주민들의 따뜻한 꽃 마음이 결국 아름다운 삶을 함께 하게될 것이라 믿어본다